한국 연극, 드라마, 영화계의 거장 이순재가 91세의 나이로 화요일 사망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으나, 70년 가까운 경력 동안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았다. 그의 가족이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순재는 1934년 11월 북한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전인 4세에 서울로 이주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56년 대학 재학 중 연극 '호라이즌 너머'로 무대 데뷔를 했다. HLKZ-TV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60년 KBS 최초 배우 모집에 선발되며 한국 방송의 산증인이 됐다.
그의 70년 경력은 다채로웠다. 초기에는 권위 있는 아버지나 지식인 역할을 주로 맡아 1971년 '분례의 이야기'로 부일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엄격한 아버지 역으로 65%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사극 '허준' (1999), '상도' (2001), '이산' (2007) 등으로 명성을 쌓았다.
70대에 접어들며 코미디로 변신한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 (2006-2007)과 속편 (2009-2010)에서 유쾌한 할아버지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으며, '야동 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3년 '삼시세끼 할배들' (Grandpas Over Flowers)에서 활기찬 모습과 영어·일본어 실력을 보여 '직진 순재'로 불렸다. 2021년 87세에 셰익스피어 '리어왕' 주연을 맡았고, 작년 KBS 드라마 '개는 알지'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최연장 수상자로 기록됐다.
정치인으로도 활동한 그는 1992년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제14대 국회의원(1992-1996)이 됐다. 건강 악화로 작년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는'를 포기했다. 사망 소식에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예술의 거대한 별"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그의 연기는 삶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며 인간 경험의 본질을 전달했다."
동료 박정자(83)는 "어떤 역할이든 온몸과 마음을 쏟아 부었다. 그는 다 이뤘다"고 회상했다. 배정남은 "함께 연기한 영광"이라 했고, 나영석 PD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유연석, 정보석 등 후배들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