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을 맞아 예정된 국방자의 날 외부 기념 행사를 취소했다. 최근 대사관 건물에 걸린 '승리는 우리의 것' 배너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시민 단체 활동가들은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2026년 2월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은 국방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외부 행사를 직전 취소하고 내부 행사로 전환했다. 이 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이기도 하다. 대사관은 최근 건물 외벽에 높이 15미터의 배너를 내걸어 논란을 일으켰다. 배너에는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쓰여 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사용된 구호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상시켜 시민들과 유럽 외교 사절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대사관 측은 배너가 국방자의 날 기념을 위한 것으로, 러시아인들 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종료 후 배너를 철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취소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서대학교 크리스 먼데이 경제학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조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 전략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위협과 은폐된 협박은 푸틴의 전략의 핵심'이라며, 2024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 이후 한국의 정치적 분열을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도록 압박하며 중립을 유지하길 원한다.
외부 행사가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가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푸틴 중단. 전쟁 중단' 피켓을 들고 '추한 배너 치워라', '대한민국은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러시아인들도 항의에 동참했다.
이 사건은 러시아-북한 관계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