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날 개봉한 다큐멘터리 ‘수궁—물속 궁전’은 판소리 명인 정이진의 목소리를 통해 동편제 판소리를 탐구한다. 이 영화는 여성 예술가들이 사라져가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겪는 고군분투를 솔직하게 그려낸다. 정이진 씨는 가족을 돌보다 30년간 노래를 멈췄다가 다시 활동을 재개했지만,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산다.
판소리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보존되어야 할 문화유산일 뿐이지만, 명인 정이진에게는 사라져가는 예술이다. 유수연 감독의 ‘수궁—물속 궁전’은 ‘수궁가’를 동편제 스타일로 공연하는 정 씨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음악 기록이 아니라, 여성 예술가들의 생존 투쟁을 다룬다.
영화는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 씨는 유명 판소리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정과 가족을 위해 30년간 노래를 중단했다. 다시 무대에 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지만, 과거 여성 공연자에 대한 무시를 느꼈던 아픔이 남아 이웃과 아이들에게 노래를 비밀로 했다고 유 감독은 전한다.
영화의 감정적 절정은 연습실과 병원을 오가는 정 씨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긴 공연 준비 중 그녀는 “내가 떠나면 이 음악이 죽을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털어놓는다. 유 감독은 정 씨의 개인적 비극을 넘어 젊은 여성 판소리 가수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노래방 사업, 학교 강의, 거리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같은 문제를 겪는다.
감독은 “이 장르가 사라지는 이유는 재능이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예술가를 지원하지 않는 제도”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유 감독의 이전 작품 ‘여성 국극: 시간의 변두리에서 버티다’는 여성 국극을 다룬다. ‘수궁’은 화려한 쇼로 끝나지 않고, 여성들이 한국 전통 소리를 지키기 위해 쏟는 시간과 노동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