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 후 첫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재확인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핵을 포함한 미군 전 역량을 활용한 억제 전략을 논의했다. 한국은 한반도 전투적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제5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가졌다. 이는 트럼프 2기 첫 회의로, 지난 1월 제4차 회의 이후 약 1년 만이다. 한국 측은 국방정책국 김홍철 차관보가, 미국 측은 핵억제·화생 정책 담당 로버트 수퍼 부차관보가 주재했다.
공동 성명에 따르면, 수퍼는 핵을 포함한 미국의 전 방위 역량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김 차관보는 한국이 한반도 전투적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으며, 이는 NCG 공동 성명에서 처음으로 명시된 내용이다.
양국은 NCG 워크스트림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이를 미-한 동맹 강화와 확장억제 증진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체로 인정했다. NCG는 2023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설립된 기구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회의는 이재명 대통령 행정부가 독자적 방위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열렸다. 이 대통령은 5년 임기 내 국방비를 GDP 3.5%로 확대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워싱턴에서 서울로 환수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은 한국이 방위에서 더 큰 역할을 맡도록 촉구하며 동맹 현대화를 모색 중이다.
이번 공동 성명은 이전 네 차례와 달리 북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제4차 회의 성명에는 북한의 핵 공격이 '수용 불가'이며 '그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미국 경고가 포함됐었다. 이러한 표현이 삭제된 것은 트럼프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재개 시도를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정보 공유, 협의·의사소통 과정, '전투-핵 통합' 등 확장억제 전 영역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다만 핵 전략의 '공동 계획 및 실행'과 한반도에 미국 전략 자산의 '정기적 가시성 증대'에 대한 약속은 빠졌다. 제6차 회의는 2026년 상반기에 열릴 예정이다.
국방부는 최근 보도에서 제기된 미국 확장억제 약화 우려에 대해 '양국 협력이 심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용납 불가' 입장이 변함없다고 밝혔다.